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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트렌드

한 해 2,037명이 고른 이름 — 2026 인기 아기 이름 TOP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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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표가 가득한 두루마리를 펼쳐 보는 어린 임금 일러스트

조선 제26대 왕 고종의 어릴 적 이름이 '개똥이'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한 나라의 임금이 될 사람에게 붙은 이름치고는 참 의외인데요. 하지만 이건 고종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엔 신분과 관계없이 아이에게 일부러 천한 이름을 지어 주는 일이 흔했습니다. 여기에는 아이가 오래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이유가 숨어 있었죠. 귀한 이름을 지으면 역신[1]이 시샘해 아이를 일찍 데려간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의술이 발달하지 않아 어린아이가 쉽게 목숨을 잃던 시절, 부모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귀신의 눈을 피하고자 일부러 이름을 낮춰 불렀던 겁니다.

딸의 이름에는 당시의 사회상이 고스란히 담기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쓰였던 '후남[2]'이나 '필녀[3]' 같은 이름이 바로 그 예시죠. 다음 아이는 아들이길, 딸은 이제 그만 낳고 싶다는 바람이 이름에 그대로 새겨진 것입니다. 이처럼 이름이란 단순한 호칭을 넘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소망과 시대상을 비추는 거울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름의 유행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1940년대에는 정자, 순자, 영자처럼 '자'로 끝나는 이름이 많았는데, 이는 일제강점기 일본식 이름의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1970년대까지는 영수, 영숙, 미숙처럼 한자의 '뜻'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했고, 집안의 항렬(돌림자)을 따르는 것 또한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본격적인 변화의 바람은 1980년대부터 불어왔습니다. 지훈, 유진, 지혜처럼 부드러운 어감의 이름이 등장했고, 항렬자를 쓰는 문화도 눈에 띄게 줄었죠. 2000년대 들어 민준, 서연 같은 이름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이름의 무게중심은 결정적으로 '뜻'에서 '소리'로 옮겨갔습니다. 그리고 2020년대인 지금은 도윤, 서아처럼 받침이 없거나 발음이 한결 부드러운 이름, 나아가 성별의 경계가 옅은 이름이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특정 이름으로의 쏠림 현상은 점점 강해지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2025년에 태어난 남자아이는 약 13만 명이었는데, 그중 무려 2,037명이 같은 이름을 가졌습니다. 지난해 태어난 남자아이 약 64명 중 한 명의 이름이 '도윤'이었던 거죠.

참, 이 글에서 살펴볼 통계는 2026년이 아닌 2025년 기준입니다. 대법원의 출생신고 통계는 한 해 전체를 모아 다음 해에 발표하기 때문에,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최신 확정 자료가 2025년분이거든요. 2026년은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았죠. 하지만 이름 유행은 한두 해 만에 급격히 바뀌지 않으므로, 이 자료만으로도 충분히 최신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떤 이름들이 사랑받았는지 1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사랑받은 남자아이 이름 TOP 10

2025년 인기 남자아이 이름 TOP 10 막대그래프 — 1위 도윤
  • 1위 도윤 · 2,037명
  • 2위 이준 · 1,707명
  • 3위 하준 · 1,674명
  • 4위 시우 · 1,510명
  • 5위 도현 · 1,459명
  • 6위 서준 · 1,399명
  • 7위 선우 · 1,351명
  • 8위 이안 · 1,341명
  • 9위 태오 · 1,311명
  • 10위 은우 · 1,293명

남자아이 이름 중에서는 '도윤'이 단연 돋보여요. 2위인 '이준'과는 300명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합니다. 그 뒤를 하준, 시우, 도현 같은 이름들이 비슷한 인기로 바짝 뒤쫓고 있고요.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세련된 느낌의 이름이 강세인데요. '준', '우'처럼 부드러운 울림을 주거나, '안', '윤'처럼 받침이 있어도 맵시 있게 끝나는 이름이 많다는 공통점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장 사랑받은 여자아이 이름 TOP 10

2025년 인기 여자아이 이름 TOP 10 막대그래프 — 1위 서아
  • 1위 서아 · 1,823명
  • 2위 서윤 · 1,709명
  • 3위 이서 · 1,624명
  • 4위 하린 · 1,622명
  • 5위 하윤 · 1,576명
  • 6위 아린 · 1,440명
  • 7위 지안 · 1,434명
  • 8위 아윤 · 1,322명
  • 9위 지유 · 1,306명
  • 10위 시아 · 1,261명

여자아이 이름 순위는 남자아이와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1위 '서아'부터 5위 '하윤'까지, 이름별 인원수 차이가 크지 않아 순위가 언제든 뒤바뀔 수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해요. 남자아이 이름과 마찬가지로 부르기 쉽고 듣기 좋은 이름들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데요. 특히 '서', '아', '윤'처럼 맑고 깨끗한 느낌을 주는 글자를 품은 이름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5년 이름에서 보이는 세 가지 흐름

두 글자 이름이 대세 — 두 글자 이름표 일러스트

첫째, 두 글자 이름이 대세입니다. TOP 10은 물론이고 100위권까지 넓게 봐도 세 글자 이름은 찾아보기 어려워요. 간결하고 부르기 편한 두 글자 이름이 완전히 트렌드로 자리 잡은 모습입니다.

부드러운 소리 — 음파와 둥근 조약돌 일러스트

둘째, 부드러운 소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요. 이름 마지막 글자에 받침이 없거나, 있더라도 'ㄴ'이나 'ㄹ'처럼 부드럽게 울리는 소리로 끝나는 이름이 대부분입니다. 반대로 'ㄱ', 'ㅂ'처럼 발음이 딱딱하게 끊어지는 받침을 가진 이름은 순위권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죠. 듣기에 편안하고 순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에요.

남녀 모두 어울리는 이름 — 가운데 이름표가 양쪽으로 이어진 일러스트

마지막으로, 성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어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중성적인 이름의 인기가 높습니다. 실제로 남녀 인기 이름 100위 안에 공통으로 이름을 올린 경우도 많은데요. 지안, 이안, 지우, 연우 같은 이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인기 이름, 좋은 점과 아쉬운 점
인기 있는 이름은 많은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어요. 부르기 편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죠. 다만 그만큼 흔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한번 생각해볼 부분입니다. 유행을 참고하는 것은 좋은 시작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아이에게 꼭 맞는 이름을 찾아주는 과정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1] 역신(疫神) — 역병(전염병)을 옮긴다고 믿었던 귀신이에요.
[2] 후남(後男) — '뒤에 아들'. 다음 아이는 아들이길 바란다는 뜻이에요.
[3] 필녀(畢女) — '딸은 끝'. 딸은 이제 그만 낳고 싶다는 뜻이에요.
우리 아이 이름,
지금 바로 풀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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